Miscellaneous (한 + EN)
시 Poetry (2010)
Author
chloebringsjoy
Date
2021-06-18 13:06
Views
509
세간에 오가는 말들을 주워듣고 있노라면, 이따금씩 모든 것들을 토해버리고 싶어집니다. 나와 너의 무력함에 잠이 오지 않던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 기형도 <서문>과 이창동의 <시>를 읽으면, 잠이 오지 않는 밤이 꽤나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아름다운 사과의 빛깔이나 어여쁜 살구꽃의 향기로는 시를 쓸 수 없었던 미자를 떠올립니다. 오히려 처참히 부서져버린 타인의 세계, 그리고 그렇게 만든 존재가 자기 자신은 아니었을까 부끄러워하던 모습에서 시를 쓸 수 있었던 미자를 떠올립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는 것은 미자입니다. 그저 묵묵히, 공들여, 최선을 다하여 부끄러워 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