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ellaneous (한 + EN)
봉 감독
Author
chloebringsjoy
Date
2019-09-27 00:19
Views
370
(2019. 5. 26)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아래는 그의 할아버지, 박태원 소설가의 글 중 일부. 아직 <기생충>을 보진 못했지만, 한국 사회의 단면 -역 대합실의 미묘한 간격, 혹은 와이파이의 미약한 강도 따위로 드러나고 마는 추악한 평화- 을 날렵하고도 부드럽게 그려나가는 이야기 장인들이 계속해 대를 이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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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는 고독을 느끼고,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약동하는 무리들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생각한다. 그는 눈앞에 경성역을 본다. 그곳에는 마땅히 인생이 있을 게다. 이 낡은 서울의 호흡과 또 감정이 있을 게다.
... 그러나 오히려 고독은 그속에 있었다. 구보가 한옆에 끼어 앉을 수도 없게시리 사람들은 그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어도, 그들의 누구에게서도 인간 본래의 온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네들은 거의 옆의 사람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는 일도 없이, 오직 자기네들 사무에 바빴고, 그리고 간혹 말을 건네도, 그것은 자기네가 타고 갈 열차의 시각이나 그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네들의 동료가 아닌 사람에게 그네들은 변소에 다녀올 동안의 그네들 짐을 부탁하는 일조차 없었다.
... 구보는 한구석에 가 서서, 그의 앞에 앉아있는 노파를 본다. 그는 뉘 집에 드난을 살다가 이제 늙고 또 쇠잔한 몸을 이끌어, 결코 넉넉하지 못한 어느 시골, 딸네 집이라도 찾아가는지 모른다. 이미 굳어버린 그의 안면 근육은 어떠한 다행한 일에도 펴질 턱 없고, 그리고 그의 몽롱한 두 눈은 비록 그의 딸의 그지없는 효양을 가지고도 감동시킬 수 없을지 모른다. 노파 옆에 앉은 중년의 시골 신사는 그의 시골서 조그만 백화점을 경영하고 있을 게다. 그의 점포에는 마땅히 주단포목도 있고, 일용 잡화도 있고, 또 흔히 쓰이는 약품도 갖추어 있을 게다. 그는 이제 그의 옆에 놓인 물품을 들고 자랑스러이 차에 오를 게다. 구보는 그 시골 신사가 노파와 사이에 되도록 간격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리고 그를 업신여겼다. 만약 그에게 얕은 지혜와 또 약간의 용기를 주면 그는 삼등 승차권을 주머니 속에 간수하고, 일, 이등 대합실에 오만하게 자리 잡고 앉을 게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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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공포는 내가 재능이 있냐, 없냐죠. 그런데 그 답을 누가 해줄 수 있을까? 자기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겁니다." (Youngmin Kim 님 Facebook에서 가져온 봉준호 감독의 말)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아래는 그의 할아버지, 박태원 소설가의 글 중 일부. 아직 <기생충>을 보진 못했지만, 한국 사회의 단면 -역 대합실의 미묘한 간격, 혹은 와이파이의 미약한 강도 따위로 드러나고 마는 추악한 평화- 을 날렵하고도 부드럽게 그려나가는 이야기 장인들이 계속해 대를 이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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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는 고독을 느끼고,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약동하는 무리들의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생각한다. 그는 눈앞에 경성역을 본다. 그곳에는 마땅히 인생이 있을 게다. 이 낡은 서울의 호흡과 또 감정이 있을 게다.
... 그러나 오히려 고독은 그속에 있었다. 구보가 한옆에 끼어 앉을 수도 없게시리 사람들은 그곳에 빽빽하게 모여 있어도, 그들의 누구에게서도 인간 본래의 온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네들은 거의 옆의 사람에게 한마디 말을 건네는 일도 없이, 오직 자기네들 사무에 바빴고, 그리고 간혹 말을 건네도, 그것은 자기네가 타고 갈 열차의 시각이나 그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네들의 동료가 아닌 사람에게 그네들은 변소에 다녀올 동안의 그네들 짐을 부탁하는 일조차 없었다.
... 구보는 한구석에 가 서서, 그의 앞에 앉아있는 노파를 본다. 그는 뉘 집에 드난을 살다가 이제 늙고 또 쇠잔한 몸을 이끌어, 결코 넉넉하지 못한 어느 시골, 딸네 집이라도 찾아가는지 모른다. 이미 굳어버린 그의 안면 근육은 어떠한 다행한 일에도 펴질 턱 없고, 그리고 그의 몽롱한 두 눈은 비록 그의 딸의 그지없는 효양을 가지고도 감동시킬 수 없을지 모른다. 노파 옆에 앉은 중년의 시골 신사는 그의 시골서 조그만 백화점을 경영하고 있을 게다. 그의 점포에는 마땅히 주단포목도 있고, 일용 잡화도 있고, 또 흔히 쓰이는 약품도 갖추어 있을 게다. 그는 이제 그의 옆에 놓인 물품을 들고 자랑스러이 차에 오를 게다. 구보는 그 시골 신사가 노파와 사이에 되도록 간격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리고 그를 업신여겼다. 만약 그에게 얕은 지혜와 또 약간의 용기를 주면 그는 삼등 승차권을 주머니 속에 간수하고, 일, 이등 대합실에 오만하게 자리 잡고 앉을 게다.” (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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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공포는 내가 재능이 있냐, 없냐죠. 그런데 그 답을 누가 해줄 수 있을까? 자기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는 겁니다." (Youngmin Kim 님 Facebook에서 가져온 봉준호 감독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