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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페미니즘은

Author
chloebringsjoy
Date
2019-09-27 00:09
Views
161
(2019. 4. 10)

“나는 대학생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지식인으로서, 또는 노동자로서, 진리의 전당에서 배우고 실천하는 사람들로서 사회의 부정의와 모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나는 학생자치기구로서 학생회가 학내 의제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대학 밖의 사회에도 끊임없이 시선을 던져야 한다고 믿는다. 개인의 문제가 사실은 학교와 사회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됨을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학생회의 역할이다. 그런 점에서 김순례 의원의 망언을 규탄한 것은, 전라남도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란 나의 지극히 사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자,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여성 정치인 규탄이 여성혐오적이라는 주장에 대해 중운위 회의에서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내게 페미니즘은 가부장제 폭력의 세계에 대한 전복이지, 기존의 폭력적인 세계에서 권력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어떤 여성 정치인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가부장제의 역사를 답습할 뿐이다. 오히려 우리는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혐오에서 자유로운 채로 여성 정치인을 비판할 수 있었다. 김순례 의원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여성이라서 그렇다는 터무니없는 비난을 하지 않고, 그의 비인간적 망언에 대해 분노할 수 있었다. 여성이 여성을 비판하는 것이 여성혐오가 아니라, 그의 망언을 통해 다른 여성들이 아파하는 것이 여성혐오이며, 여성을 단일한 범주에 억지로 욱여넣는 것이 여성혐오이다.”

⁠— 황지수님 Facebook (April 9, 2019).